◈말숲산책-'사노라면' 잊힐 날 있다

2016-07-20     허훈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민요풍의 시를 쓴 김소월의 ‘못잊어’이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다면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이다.

위 노랫말에서 ‘사노라면’에 눈길이 간다. 어미 ‘-노라고’와 ‘-느라고’를 혼용해 쓰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하노라고/하느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에서 바른 표현은 뭘까. 두 어미의 쓰임새를 알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하노라고’의 ‘-노라고’는 ‘화자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도나 목적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다. “잠도 못 자며 하노라고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에서 보듯이, ‘-노라고’는 ‘자기 나름대로는 한다고’의 뜻을 지녔다.

‘하느라고’에서 ‘-느라고’는 ‘앞 절의 사태가 뒤 절의 사태에 목적이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다. “책을 읽느라고 밤을 새웠다.”처럼 쓰인다. 즉 ‘~하는 일로 말미암아’라는 의미로 이유나 원인을 나타내는데 쓰인다. 따라서 “(자기 나름대로는) 하노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로 풀이할 수 있다. ‘사노라면’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면, 그 사람만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사노라면’ 잊힐 날이 있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