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범죄예방을 위한 역발상, 담장을 낮추자

이철규 (진주경찰서경리계·경사)

2016-09-04     경남일보
우리나라 주택가는 어디를 가나 담이 높다. 이는 사생활 침해가 싫기도 하거니와 도둑의 침입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담은 오히려 도둑들의 표적이 된다. 철옹성 같은 담 너머 많은 돈과 값비싼 물건들이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준다. 일단 담을 넘기만 하면 몸을 숨기기 쉽고, 집이 비어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도둑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담이 높다고 하여 도둑이 못 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침입할 수 있다.

또한 담이 낮아 밖에서도 집의 출입구가 보이는 경우 침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만, 몸을 숨기기는 쉽지 않다. 또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라는 심리적 압박갑이 범죄를 억제하게 된다. 이는 셉테드라는 범죄예방 기법의 ‘자연적 감시’라는 원리와 이어진다. 셉테드는 건축물이나 시설물 등의 설계시 가시권을 최대로 확보해 범죄행위 발각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주택의 경우 담장을 설치하지 않거나 담장이 있어도 높이가 1m 내외로 경계만 표시할 뿐 오픈된 공간에서 주택의 출입구가 보이는 구조를 유지할 것도 권장한다.
 
이철규 (진주경찰서경리계·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