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 인간’론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2016-09-13     경남일보
숫자 7은 ‘6일 동안의 천지만물 창조와 제7일째 안식’에서 7에 대한 의미가 부여되는 기독교적 개념이다. 유태인들이 경작하는 밭은 7년째 되는 해에는 그 밭을 묵혀 쉬게 하고, 태어난 지 7일째의 7곱인 49년째 되는 해는 대단히 경사스러운 해로 희년(禧年)이라고도 표현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유독 7회 때 득점이 많이 나와서 ‘럭키7’이라 불리기도 하는 7은 미국에서 귀한 숫자다. 미국의 신년은 1월 1일이지만, 가장 중요한 첫 달은 미국이 독립한 7월이다. 그래서 국가재정 회계연도나 학기도 모두 7월에 시작된다. 7이라는 숫자에 대한 호감 때문이다.

▶유럽 전체 노동자의 1/7에 육박하는 이민노동자의 가혹한 삶과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의 ‘제7의 인간’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수많은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무한대의 축적을 필요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유연한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민노동자들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제7 인간’의 핵심은 ‘제7의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열등한 존재, 차별당함의 존재인 그들의 삶은 불안과 불행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러한 삶의 조건에서 벗어난 관념상의 한 존재, ‘제7의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 7은 이렇게 피안(彼岸)의 한 인간유형을 형상하고 있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