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 더불어

2016-06-14     경남일보
[독자시] 더불어



길가를 거닐며 서슴없이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본다.

개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러 나와 개의 분비물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가는 사람을 본다.

창문 사이로 담배꽁초를 내던지고 마시던 음료수 병을 서슴없이 바닥에 버리는 사람을 본다.

한숨을 내쉬며 부끄러움 앞에 뻔뻔한 그들을 본다./집앞 마트를 갈 때도 망설이지 않고 차 키를 챙긴다.

조금만 추워져도 보일러를 켠다.

어두움이 밀려오기 전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불을 밝힌다.

인력이 만든 구조물 틈새를 비집고 나온 풀 한포기 눈여겨본 적 있었던가?

쓰레기더미에서 먹거리를 뒤지는 길고양이에게 먹이 한번 챙겨준 적 있었던가?

누구더러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살아간다는 건/공존한다는 건/불편함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태초에 함께 뛰놀던 모습으로/믹서기 대신 절구를, 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에어컨 대신 부채를 쥐어잡고

그들의 옆을 지켜주자. 원래 본연의 그대로를 지켜주자. 더불어 더불어.

/이승원(저서:가난한 아빠, 민달팽이, 예소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