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묶인 해 (정영도)

2016-09-18     경남일보
묶인 해 (정영도)

고추밭 이랑에서 해를 쳐다 본다

이놈의 해를 누가 묶어 났을까



묶인 해

지루한 시간이

아픈 허리를 꺾는다



지열이 떡시루처럼 푹푹 찐다

허리가 끊어질 듯 땅에 눕고 싶다



밭고랑

고통의 노동

흘린 땀에 고추가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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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만종은 신에 대한 경배이기도 하지만 하루치 노동에 대한 온전한 감사를 스스로에게 드리는 의식 같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는 노동에 면피할 수 있는 것은 저물어야 하는 것, 오뉴월의 해는 길기만 하고 마땅히 핑계가 없는 들판에 고추보다 더 빨리 익는 육신, 그러나 지평선은 함부로 해를 끌어내리지 못한다.(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