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황당한 법안’발의

이수기 (논설고문)

2016-09-19     경남일보
국회가 할 일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법을 만드는 게 주요 기능이라 그런지 입법부로 불린다. 우리 헌법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서면서 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는 국민의 생활에 필요한 법을 만들거나 필요한 내용을 고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지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건수가 개원 5개월도 안된 지난 13일 기준 2193건으로 집계됐다. 19대 국회의 같은 기간(2012년 개원 직후∼같은 해 9월 13일)의 1687건보다 무려 30%(506건)나 많은 것이다. 국회가 법안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는 형국이다.

▶이모 의원은 대표발의 19건 포함 160건의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의 대표권한인 입법활동이 실적쌓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이다. 법이 많다고 무조건 국민생활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 같지도 않은 법은 국민생활을 옥죄기 십상이다.

▶겉만 보면 20대 국회가 매우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아니다. 발의된 법안 중 지금까지 입법화가 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회의 주된 업무는 법률 제정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법안’들이 발의될 때마다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조건 법안을 많이 발의할 게 아니라 한 건이라도 법다운 법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