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시련 (김정수 시인)

2016-09-21     경남일보


시련



불법 투기한 쓰레기더미 옆에

사랑이 버려져 있다

순간이다 당신도 언제

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른다



-김정수 시인



길을 걷다 우연히 말을 걸어온 한 장의 이미지 위에 커서를 대고 최대한 확장해 본다. 어두운 담벼락에 버려진 사연들이 참으로 다양하다. 희고 검은 비닐 속, 불끈 감춘 채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안면 몰수하고 던져진 것들을 보면 방금까지만 해도 옆에 두고 사용했을 법한 물건들이다. 저기 뒤죽박죽 냄새나는 잡동사니 옆에 엉거주춤 세워진 액자 하나. 모든 것 중에 제일이라던 ‘사랑’마저 내동댕이쳐져 있지 않은가.

삶이 불완전한 가운데 사랑마저 불안한 시대이다. 우리나라 노인 방임 실태는 어떤가. 병원에 버려지고 종일 공원에 버려지고 쪽방에 버려지고 있는 사랑을 보라. 단연 불법 투기인 현장에 시인은 따끔한 경고장 하나 던진다. ‘순간이다 당신도 언제/길거리에 나앉을지 모른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