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간판 (루 원리)

2016-10-10     경남일보
[경일시단]간판 (루 원리)


10년 전에

이름을 하나만 보고

대한민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았는데



10년 동안 오로지 이름 하나만 믿고

애를 터지게 살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이름이 희미하게 보여서

나는 길을 잃었다 착각했나봐

그 이름이 영원히 내 곁에 뚜렷하게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보인다



내가 어느 쪽 어떻게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두려웠다

그래서 내가 온 몸이 힘을 다쓰고

그 이름을 잘 보일 때까지

열심히 딱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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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토지문학제 백일장 응모작품이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어느 여인의 삶의 고백 같은 이 시가 그토록 심사시간 내내 가슴을 울렸다. 서툰 맞춤법과 글씨였지만 치환으로 오는 공명은 어떤 수식어 보다 맑다.(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