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길냥이

2016-10-20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길냥이
 
길냥이



안락함에 길들여진 것들을 향하여

제1사로 사격준비 끝!

제2사로 사격준비 끝!

제3사로 사격준비 끝!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개시!!!

-김정수(시인)



길냥이다. 거처도 없이 배회하며 새끼를 데리고 불안한 하루를 건너는, 주택이나 아파트 등지에서 수시로 발견되는 길냥이들이 화면 가득 사수로 등장한다. 꼬리를 바짝 치켜세운 뒤(!/ !/ !/ !!!)가 마치 탄환을 장전한 사격 개시 일보 직전 같다. 짐승들에게는 남다른 꼬리 언어가 있다. 사물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므로 화법의 재미를 더하고 있으니, 에잇! 어디를 향해 가격했는지 몹시 궁금해진다.

안락함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을 보면 낯선 환경 앞에서 주춤거리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게 된다. 그저 과거를 거룩히 여기며 생존 자체에 머물러 있기에 급급한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가 두려워 제자리에서 머무는 이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그러니 혹, 발 앞에 튕겨진 탄피는 없는지 주위를 자주 살펴볼 일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