凋落의 계절
이수기 (논설고문)

2016-10-20     이수기
가을의 마지막 절기라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모래다. ‘상강’ 절기의 마지막 날이 가을의 절분(節分)이다. 15일 후면 겨울채비로 바빠지는 입동(立冬)이다. 낮에는 맑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되나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지면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내리는 늦가을에 처음 오는 것이 ‘묽은 서리’인데 ‘무서리’로 불린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해진 공기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알리는 계절의 변화다.

▶‘상강’ 무렵은 최고의 단풍철이다. 북녘의 산정에서부터 시작한 나뭇잎들의 아름다운 오색단장이 요즘 산 아래까지 내려오면서 점점 남하, 상강 절기 중에 남부지방에까지 이른다. 남부지방도 말 그대로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울긋불긋한 단풍 천지다.

▶쾌청한 날씨가 계속,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므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기어 ‘서리’가 내린다. 우리 속담의 “‘서리’를 기다리는 늦가을 초목”이라는 말처럼, ‘상강’ 때부터 겨울 맞을 준비를 위해 나무들은 ‘서리’를 맞아 시든 잎사귀들을 땅에 떨구고, 동면(冬眠)하는 벌레들은 모두 땅 속으로 숨는다.

▶곧 조락(凋落)의 계절에 접어들면 낙엽이 땅에 쌓이거나 바람에 날리면서 사람들을 우수에 젖게 한다. ‘상강’이후 바람에 우수수 지거나 이리저리 날리다 사라지는 낙엽에서 인생의 이별, 소멸, 죽음, 상실을 느끼기도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