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창] 나를 잡초라고 부르며 자르지 말라

2016-10-13     박도준
진주시 하대동 남강변 자전거전용도로에 가면 싱그러운 풀냄새가 폐부까지 적셔온다. 찌든 영혼이 가을하늘처럼 파래진다. 이도 잠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슴이 아프다. 길섶 코스모스는 비스듬히 몸을 누인 채 서 있고, 그 옆에는 잡초라는 이름으로 예취기에 송두리째 잘린 풀들이 말라가고 있다. 향긋한 풀내음을 내면서…. 환경정비라는 미명하에 제거의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 그러나 강인한 잡초들은 다시 새싹을 내밀고 있다.

잡초의 새싹들은 사랑이나 그리움 같은 것이다. 자른다고 죽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잡초는 잘려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싹을 틔운다. 끊을 수 없는 파릇한 그리움처럼, 열병 같은 사랑처럼. 박도준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