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목적, 선의의 피해
김성영(시조시인·고금논술학원장)
2016-11-01 경남일보
시행 한 달을 넘기면서 관련 보도가 늘어나고 관심도 커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 법)은 청렴한 공정사회를 추구한다는 선의의 목적을 가졌지만 각종 선의의 피해도 우려되거나 이미 감지되고 있다. 법 시행 여파로 파생되는 식당업계, 축산 농가, 양식업계, 화훼 농가 타격 등 경제적 문제에 모든 행위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봄으로써 ‘인간관계 위축, 인정미 실종, 미풍양속의 사막화’라는 사회적 문제도 대두된다. 란파라치 학원까지 생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법이 뇌물로 인한 애꿎은 불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장치이니만큼, 순수한 선의의 행위가 불이익을 자초하는 일이 없게 대비하면서 법의 선의가 실현되도록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이 법이 필요한 근본적 원인과 관련하여 과거의 현실을 반영한 문학 속 장면을 상기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인로의 가사 ‘누항사’에서 밭 갈 소를 빌려 주겠다는 말을 믿고 찾아간 가난한 이웃에게 ‘목 붉은 수꿩 안주에 갓 익은 삼해주’를 대접한 건넛집에 빌려 주기로 했다며 문전박대하는 소 주인,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서 마름인 점순 아버지에게 뇌물을 주면 소작지를 후하게 받고 안 주면 뺏기는 사람들, 권정생의 ‘몽실 언니’에서 가난한 환자들이 자선병원의 치료를 받으려고 길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가 죽어가는 동안 돈 많은 환자들과 직원 사이에 ‘뒷구멍’으로 이루어지는 진찰권 거래….
김성영(시조시인·고금논술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