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국선언…오죽하면

강민중기자

2016-11-03     강민중
“우리 청소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대학생들에 이어 청소년들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박근혜가 망친 민주주의 청소년이 살리자’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 중 누구도 최순실을 선출하지 않았음에도 공권력을 최순실에게 헌납했으며 국민의 외침에는 귀를 닫고 측근 권력에만 의존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청소년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함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도 시국선언에 참여해 “오죽하면 나왔겠나. 우리나라의 민주정치가 망가지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현 시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고 하니 어른된 이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물론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할 때마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청소년들의 표현을 단순히 “각 분야에서의 시국선언 열풍에 동요돼 어린 녀석들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또는 “공부하기 싫으니까”, “배후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로 그들의 순수함을 매도하곤 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도 쉽게 그들의 자발적인 행위를 격하시켰다.

지금 최순실과 관련해 언론, 정치권에서 화살을 들이댄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수년간 정말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라는 의혹은 누구나 갖는다. 대목을 만난 듯이 자신들의 이익, 목적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이와 비교해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의 시국선언, 이보다 순수한 분노가 또 있을까. 한 수험생의 “오죽하면…”이란 말도 어색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