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찾는 아이들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

2016-11-10     경남일보
이삼십년 전만 해도 시골 집집마다 처마 밑에 둥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귀해진 새가 제비이다. 지금 경남에는 이 제비를 찾아다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강남 갔던 제비들이 언제 돌아오는지, 학교 둘레에 제비가 사는 곳을 찾아 몇 마리가 있는지, 또 번식 중인 둥지는 몇 개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관찰 결과를 실시간 공유하며 생태지도를 만드는 네이처링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제비 조사에 첫걸음을 내딛은 사람은 2008년에 산청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오광석 선생님이다. 얼마 후 람사르재단이 이 일을 돕기 시작했고, 작년에 교육청으로서는 전국 최초로 경남교육청이 이 일에 나섰다. 20개 초등학교 동아리를 시작으로 올해는 60개 초·중학교 동아리 5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제비 조사에 참여하였다.

그 결과 17개 시·군에서 1470여 마리의 제비가 살고 있고 736개 둥지에서 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이 수치보다도 지역 주민의 안내를 받아 제비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체험하고, 관찰과 과학적 탐구를 통해 환경문제를 인식하는 기회가 더 소중한 성과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제비인가. 사람과 가까이 살면서 가장 친근한 새가 제비였다. 제비콩, 제비추리, 제비나비, 제비갈매기처럼 제비 모습을 본떠 이름에 제비가 들어간 것이나 북한의 꽃제비, 제비가 올 때 핀다는 제비꽃, 심지어 제비족까지 제비가 들어가는 숱한 낱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해충을 잡아먹는데다가 빠른 몸놀림과 영리함 때문에 농업사회에서 길조로 여겼으며, 사람과 함께 살면서 천적인 뱀이나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았다. 요즘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삼월 삼짇날이 되기도 전에 강남으로 불리는 양쯔강 이남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제비를 찾는 아이들이 내년에는 더 많아질 예정이다. 100개 학교에서 제비연구동아리가 만들어질 예정이고 한국, 일본, 대만 학생들이 모여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토론 캠프도 열 예정이다. 제비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과학적 탐구능력과 함께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