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은 어리석은가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2016-11-15     경남일보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플라톤이고 플라톤의 제자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는 천하를 호령한 알렉산더대왕이다. 이들을 두고는 철학을 논할 수가 없다. 그들은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민주주의는 어리석은 대중의 판단으로 바른 길을 가지 못한다고 여겼다.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그런 맥락에서 플라톤은 보고 있다.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대중의 힘으로 이루어졌다. 1979년 10·18일이 그러하고 1987년 6월 항쟁이 그러하다. 4·19나 광주항쟁, 3·15의거 등 역사의 고비 때마다 민중의 봉기가 일어나 잘못가고 있는 역사를 바로잡았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성장해 왔다. 적어도 우리나라에 있어 플라톤의 철인정치는 설득력을 잃는다.

▶대중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명했다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100만 군중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 거대한 움직임이 또 다른 역사의 전환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련의 움직임을 목도하면서 “자신을 이기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이라는 플라톤의 말을 상기한다. 지도자들이 철인처럼 냉철하게 자신을 다스렸다면 100만 군중은 아예 필요치 않다. 지금 우리는 기억하기 싫은 역사의 나쁜 순환을 보고 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