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우는 그날까지

김귀현기자

2016-11-21     김귀현
지난 12일 연지사종은 일본 땅에서 울었다. 진주를 떠난 지 420년 만이다.

종에 새겨진 ‘청주(오늘날 진주) 연지사의 종’이라는 명문과 같이 연지사종은 700년이 넘는 세월을 진주서 지킨 우리 종이다. 임진왜란 때 절은 불에 탔으며 종은 약탈당했다.

일반에 공개되던 연지사종은 지역사회에서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이 일면서 사설창고로 향했다. 잠긴 수장고 문은 10여 년 동안 열리지 않았다.

경남국외문화재보존연구회는 지난 8월에도 일본으로 향하는 등 일본 신사 관계자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설득 끝에 연지사종은 고향에서 온 이들을 맞게 됐다. 하지만 타종행사 당시 종은 매달리는 대신 받침대에 올랐다. 염분과 습기로 인한 부식 탓이었다. 다만 400여 년간을 울지 못한 이유는 부식 탓이 아니었다. 연구회 측은 예를 갖춰 종을 치는 방법을 일본 측에서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혜 스님은 “아직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소리를 울린 것 자체에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겠나”면서 “환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앞으로도 또 긴 세월 동안 환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수, 영구 대여를 언급하던 정혜 스님은 곧 연지사종의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연지사종은 언제나 우리 땅에서 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역사의 한 편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두 가지를 빈다. 돌아오는 길이 지난하더라도 꼭 돌아오기를, 우리 땅에서 울리는 그날까지 부디 ‘몸성히’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