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팽이(최문자)

2016-11-23     경남일보
[경일시단] 팽이(최문자)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나님,



팽이 치러 나오세요



무명 타래 엮은 줄로 나를 챙챙 감았다가



얼음판 위에 휙 내던지고, 괜찮아요



심장을 퍽퍽 갈기세요



죽었다가도 일어설게요



뺨을 맞고 하얘진 얼굴로



아무 기둥도 없이 서 있는



이게,



선 줄 알면



다시 쓰러지는 이게



제 사랑입니다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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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 말고는 더 사랑을 표현할 언어는 없다, 그러나 사랑은 포도주를 담은 유리잔 같은 것이어서 선반 위에서는 언제나 위태하다. 천 갈래 채찍에 몸을 맡기고 즐거이 돌아가야 하는 팽이처럼 직립을 위해서는 시퍼런 충격이 필요한 것, 사랑은 움켜진 물처럼 늘 어렵다.(주강홍 진주예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