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게 희망 선물한' 학교전담경찰관

권동춘 경위, 자퇴 결심 학생 도와 학교생활 적응 지원

2016-12-05     정희성
지난 6월 부산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담당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해 물의를 빚은 것이다. 이 일로 경찰관 2명은 파면됐고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폐지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진주경찰서 권동춘 학교전담경찰관(여성청소년계·경위·사진)은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행동으로 그 이유를 보여줬다.

권동춘 경위는 지난 4월 자신이 담당하는 한 고등학교에서 A군을 상담했다. A군은 권 경위에게 그 동안 숨겨왔던 고민을 털어놨다.

A군은 어린 시절부터 난청을 겪고 있어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다. 듣는 것이 어려워 말하는 것도 서툴렀던 A군을, 또래 아이들은 ‘벙어리’라고 놀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A군은 괴롭힘을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진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 기숙사비도 밀렸다. A군은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했고 결국 자퇴를 결심했다.

A군의 딱한 처지를 들은 권동춘 경위는 자신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고민했다. 권 경위는 A군 몰래 학교 행정실을 찾아 기숙사비를 대신 내줬다.

그리고 A군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치료와 함께 보청기를 사용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의사의 말에 A군은 환하게 웃었다. 진주경찰서 청소년지도위원회는 지난 9월 A군에게 보청기를 선물했다.

지속적인 치료와 보청기 사용으로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된 A군은 학교생활에 점차 적응하며 지금은 친구들도 하나 둘씩 사귀고 있다.

권동춘 경위는 “학교전담경찰관제도는 꼭 필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선생에게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경찰관에게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힘들고 지친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정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