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신영복(1941-2016)

2016-12-04     경남일보
 




신영복(1941-2016)



서민체 · 어깨동무체 · 유배체로

새봄처럼 새날처럼 처음처럼

함께하라 하시던



-박노정(시인)



서도(書道)의 본령(本領)은 무엇일까. 한글 서체의 미학적 한계로 늘 고민하던 고 신영복 선생은 옥중에서 받은 어머니의 편지를 읽다가 문득 독특한 서민체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후 한자의 다양한 필법을 한글에 도입하여 이 같은 글을 썼던 것인데, 서로 상관하지 않고 한 획 한 획 반듯하게 쓴 글자를 보면 시민적 질서는 잡혔다 할 수 있으나, 돕고 도우며 어우러진 맛이 없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성의 황폐함을 느꼈던 것이다.

나라 안이 흉흉한 지금, 사람들의 가슴이 피폐해져만 가는 지금! ‘길은 누가 여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면 뒤에 생기는 것’, ‘상처를 주면서까지 해야 할 가치는 세상에 없다’ 등 교육자이자 사상가인 고 신영복 선생이 남긴 말씀을 되새겨볼 일이다. 서로 기댄 듯 어깨동무하며 같이./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