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박현숙(문학치료학박사·진주심리상담센터 대표)

2016-12-07     경남일보

지난 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내 의지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됨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조차 나는 어떤 사건과 현상을 두고, 가치 판단과 선택에 대한 갈등으로 한참을 헤매며 힘들어하였다. 사람이 모두 자기 의지로만 자기 의사를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잣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요즘은 신경 질환자보다 개인적 문제로 인한 갈등과 고통으로 정신과나 상담실을 찾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삶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로 저마다의 고통을 겪고 있다. 갈등을 겪는다 해서 이것이 다 신경질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갈등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잊어버린 사람들, 타인의 시선의 노예가 되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사람들은 안타까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삶만 주어지며, 그 삶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다. 얼마 전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원고를 정리해 출판사에 보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의 제목은 ‘마음먹은 대로 살다’ 였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이 제목이 별로라며 다른 것을 권했다. 물론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제목을 그대로 할 것인가, 바꿀 것인가를 말이다. 나의 우유부단함을 인정한다. 스스로의 선택과 그것을 향해 돌아올 타인의 반응과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고민만 하고 있는 자신을 두고 말이다.

마음먹은 대로 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연습을 해 나간다면, 우리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갈등과 고통을 끝내는 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박현숙(문학치료학박사·진주심리상담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