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이른' 아침, '빠른' 걸음

2016-11-29     허훈
①지리산 단풍이 예년보다 (빨리/일찍) 물들었다. ②올해는 예년보다 첫눈이 (빠른/이른) 감이 있다. ①과 ②의 문장에서 각각 ‘일찍’과 ‘이른’으로 표현해야 적절하다. ‘빠르다’와 ‘이르다’는 그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으므로 잘못 사용하기 쉬운 낱말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출근이 (빠르다/이르다).” 이처럼 문맥의 의미에 따라 ‘빠르다’로 쓸 수 있겠지만, ‘이르다’로 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이르다’는 ‘대중이나 기준을 잡은 때보다 앞서거나 빠르다’를 뜻하고, ‘빠르다’는 ‘어떤 것이 기준이나 비교 대상보다 시간 순서상 앞선 상태에 있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빠르다’는 ‘행동을 하거나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음’을 나타내고, ‘이르다’는 ‘시기적으로 앞서 있음’을 나타낸다. 즉 ‘빠르다’는 ‘속도’, ‘일찍’ 또는 ‘이르다’는 ‘시기’, ‘때’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익히면 된다.

그래도 구별이 어려우면 ‘빠르다’와 ‘느리다’, ‘이르다’와 ‘늦다’처럼 ‘반의어’로 판단하면 수월하다. 제목에서 ‘(이른/빠른) 아침’을 ‘(늦은/느린) 아침’으로 반의어를 넣어 판단하면 ‘이른 아침’이 올바른 표현인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빠른/이른) 걸음’도 반어 관계인 ‘(느린/늦은) 걸음’으로 바꿔 본다면 ‘빠른 걸음’이 적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빠르다=속도’, ‘이르다(일찍)=때(시기)’로 관련지어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