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신 못 차린 친박
이수기(논설고문)

2016-12-15     경남일보
왕조시대에 반역을 꾀하거나 왕권에 도전, 불경을 했을 때 친가·외가·처가 3족(三族)과 부계 4친족, 모계 3친족, 처가 2친족 등 9족들이 참혹한 죽음을 당하는 가장 무서운 형벌은 멸족(滅族)이었다. 멸족을 대신 내린 형벌이 폐족형(廢族刑)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즉 목숨만은 살려주고, 후손이 대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게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이른바 친박들을 폐족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 박 대통령과 친박들을 춘향전에 나오는 초록동색(草綠同色)이 어울린다는 말도 한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 친박들은 벼랑 위에서 끝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친박들은 당권에서 순순히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비박을 향해 반격에 나섰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질 것”이라며 정의를 갈구하는 민의를 폄훼 등 이들이 해왔던 행태로 보면 이미 예상한 일이다.

▶탄핵을 부른 데 대한 반성은커녕 또다시 원내대표와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막무가내 역주행이 눈을 뜨고는 못 볼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나라와 당이 망가지더라도 자신들만 살아남겠다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친박은 당내에선 머릿수 싸움이 가능하다고 보고 버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폐족을 선언해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