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김해박물관 특별전 ‘거제, 큰 물을 만나다’

2016-12-15     김귀현
거제는 긴 해안선과 땅 모양이 멀리서 보면 치마폭을 사리고 다소곳이 앉은 여인과 닮았다 해 ‘상군’으로 불리던 곳이자 국내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거제도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 ‘거제, 큰 물을 만나다’를 내년 3월 5일까지 연다.

거제도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고, 임진왜란 때는 조선 수군이 왜군과 맞붙었던 전장이었다. 지리적 조건 때문에 대일 해상교역의 요충지면서 침탈이 빈번히 일어나는 해상방어의 최전선이었다. 현대에 와서 한국전쟁 기간에는 생포한 북한군과 중공군을 가둬두기 위한 포로수용소를 세운 땅이다.

그러나 거제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800여 년간을 ‘이방인의 감옥’ 이자 소외된 땅이었다. 국왕, 왕족 등 유배지로 전락하기도 했지만 먼 곳의 문화와 사상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는 거제도의 역사를 고지도와 읍지, 선사시대, 삼국시대, 옥포해전과 임진왜란, 조선 선비들의 유배, 거제도 주민들의 생활상, 근현대사 등 7가지 주제로 나눠 보여준다.

전시 유물로는 보물로 지정된 ‘현자총통’(玄字銃筒)과 ‘선무공신교서’를 비롯해 거제도로 귀양을 왔던 송시열·김창집의 초상화, 다대마을의 미역밭 매매문서, 삼국시대 비늘갑옷 등이 나온다.

특히 경남 거제 고현만에서 발견된 ‘현자총통’은 임진왜란 중이던 1596년 제작된 것으로, ‘차대전’(次大箭)이라는 화살과 동그란 포탄인 철환을 발사하는 데 사용됐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시와 관해 “거제는 남해안 항로를 통해 교류 거점, 해상전략 요충지로 쓰이던 곳이었다”며 “동시에 유배의 땅, 동족상잔의 한국전쟁 포로를 수용하는 비극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거제는 세계 속 조선해양강국 신화를 써내려가는 국가 산업발전의 전초기지를 맡았다. 이와 같은 거제도의 역사를 문화재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