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를 맞으며
정삼조 (시인)

2016-12-27     경남일보

시간이 흘러 또 새해를 맞는다. 한데 사람들을 모두 자기 품 안에 온전히 품어 살아가게 만드는 것 같은 이 시간이란 게 묘한 구석이 있다. 우선 누군가가 발견한 것인지 누군가의 발명품인지부터가 아리송하고, 도무지 흔적이 없으면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날로그 상태임이 분명한 이 시간을 도막내 해를 기록하고 달과 날을 이름 짓고 시간을 쪼개고 분초까지 만든 사람은 또 얼마나 지혜로운가.

하지만 인간만이 도막내 가진 이 시간에 매여 산다는 일은 인간에게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시간을 쪼개 쓰고 촌각을 아끼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참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그러다 보면 언제 사랑을 주고 위로를 받을 겨를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묘할밖에 없다. 어떻게 이 시간을 잘 다스려야 할까. 시간이라는 바람을 타고 가볍게 가볍게, 그러니까 아날로그 식으로 표표(漂漂)히 세상을 날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도연명의 시 잡시(雜詩)에 이런 뜻의 구절이 있다. 청춘은 거듭 오지 않고 하루에 다시 아침을 바라기는 어려운 것이니 좋은 때에 마땅히 힘쓸 것이며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면 성실할 것을 권하는 글로도 흔히 읽히지만 그 앞의 구절은 전혀 다른 뜻을 가졌다. 기쁜 일을 만나거든 마땅히 즐거움을 누려야 할 것이니, 말술을 앞에 놓고 이웃사람들을 부르라는 것이다. 즉, 이 시는 모든 사람은 동포이니 이 사람들과 기쁜 일을 함께 나누는 데에 인색함이 없어야 하리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겠다. 오직 공부에만 죽기 살기로 매진해야 하리라는 말보다는 얼마나 신선하고 자유로운가.

새해라는 새로운 시간을 맞으면서 사람마다 다짐할 것이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 일에 얼마나 시간을 써야 하리라는 계획도 세울 것이다. 바라건대는 그 속에 우리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시간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잘 극복해 내는 겨레의 숨겨진 힘을 확인한 지난해였다. 금년에는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돌아보자.

 

정삼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