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걸맞은’ 옷차림

2017-01-02     허훈
용언은 ‘문장에서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동사, 형용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고,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동사를 ‘움직씨’, 형용사를 ‘그림씨’라고 한다. 다음 문장을 보자.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그녀에게 (걸맞는/걸맞은) 신랑감이 못 됐다.” ‘걸맞는’과 ‘걸맞은’ 중 무엇이 맞을까. ‘걸맞은’이 맞다.

‘걸맞다’는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란 의미로 형용사이다. 즉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그림씨’인 것이다. 형용사 뒤에는 어미 ‘-는’이 오지 않는다. 형용사인 ‘예쁘다’가 ‘예쁘는’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나는 어느 면으로 보나 그녀에게 ‘걸맞은’ 신랑감이 못 됐다.”로 해야 바른 표현이다. ‘분위기에 걸맞는 옷차림’이 아니라 ‘분위기에 걸맞은 옷차림’으로 해야 맞다.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는 뜻의 ‘알맞다’도 마찬가지로 형용사여서 ‘알맞는’이 아니라 ‘알맞은’으로 써야 한다. “빈칸에 ‘알맞은’ 말을 넣으시오.”와 같이 쓴다. ‘학생 신분에 알맞은 옷차림’, ‘학생 신분에 걸맞은 옷차림’처럼 써야지 ‘알맞는(걸맞는) 옷차림’처럼 표현하면 안 된다. “설악산은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운 산이어서 단풍놀이하기에 ‘알맞은’ 여행지야.”처럼 형용사 뒤에는 ‘-는’이 오지 않는다. ‘걸맞은/알맞은’이 맞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