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여생

2017-01-10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여생


이제 시린 날이 더 많아서

밖으로 나와들 앉아 있다.

양지를 조금씩 배급받고

도란도란 여생을 축내며

밑천 없이도 편한 날이다.



-나석중(시인)



미국의 버니스 뉴가튼은 55세부터 75세까지를 ‘청년 노인(Yong did)’이라 구분하고 있으며, 장수국인 일본에서는 노인을 ‘건강하고 활동적인 연장자’라는 의미로 액티버 시니어(Active Senior)라 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애썼으니 가만히 죽음을 기다리라는 뜻이 아니며, 끝나 가는 인생에 덤으로 사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기 저 햇볕에 몸을 쪼이고 있는 이들의 사정은 어떨까.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정작 말을 잊은 듯 섬처럼 고립되어 있는 노인들. 누구 한 사람 서로에게 그 이유를 묻지 않아 보인다. 다만 혼자 빈방을 지키는 것보다 나가 무작정 모여드는 어르신들의 세상. 이 거대한 노인정에 들이치는 무관심의 바람을 누가 막아줄 것인가. 더욱 먼저 가족들의 애정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