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티눈(박일만)

2017-01-15     경남일보
[경일시단] 티눈(박일만)

균형을 거부하며 수평을 포기한다

중심을 찾아 헤매던 세포가

내 발바닥에 와서

생을 통째로 뒤뚱거리게 한다

백발이 물드는 나이 탓도 있겠으나

아직 둘러보아야할 산천이 많은데

느닷없이 찾아와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댄다

가던 길이 자꾸 휘청거릴 때

가랑이 사이로 바람도 많이 드나든다

딛을 때마다 바닥에 온통 통증을 깔면서

서둘지 말라고

아래를 보고 살라고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걸음걸음마다 뼛속 깊이 송곳을 박으며

한 쪽 발이 수상하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나이 어린 애인처럼

기세가 완곡하다

작은 알맹이 하나에도 몸을 절뚝여야하는

나의 생을 향해 쉬어가라고

자꾸만 오는 길 가는 길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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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건으로부터 세상이 시끄럽고 진위의 궁금증이 모두의 귀를 빌린다. 균형이 흔들리고 절룩일 때마다 틈새는 더 벌어져 소문으로 채운다. 좁쌀 같은 티눈이 체중을 견디지 못하게 하듯 소홀은 평정한 수평을 유지하지 못한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