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112 신고 무시한 경찰 뒷북 감찰

"폭력 당하고 있습니다" 신고에 "부모님한테 연락해요"

2017-01-15     김순철기자·일부연합
경남지방경찰청이 폭행을 당한 초등학생의 112 신고를 무시한 소속 경찰관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경남경찰청은 112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A(50) 경위에 대해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고 13일 밝혔다.

A 경위는 지난달 10일 오후 5시 59분 걸려온 한 초등학생의 112 신고를 사실상 무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녹취록에 당시 초등학생은 “제 친구가 폭력을 당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애들한테요”라고 신고했다.

이 학생은 앞서 6학년인 피해 학생이 울먹이며 “경찰서 맞아요? 신고를 하려고요”라고 먼저 전화를 걸자 넘겨 받아 대신 신고를 했다.

실제 피해 학생은 당일 김해의 한 PC방에서 게임 실력을 놓고 다른 5학년 학생과 말다툼을 하다가 학생들로부터 목이 졸리는 등 폭행을 당한 상태였다.

그러나 A 경위는 “부모님한테 연락해요”라고 한 뒤 재차 “엄마한테 신고하세요. 엄마한테 이야기해가지고 엄마한테 신고하도록 해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A 경위는 신고를 받고도 일선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오후 6시 12분 다른 경찰이 폭행 피해 학생 어머니로부터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학생 어머니는 피해 사실을 알리며 “(아들이 전화하니까) 부모한테 신고해서 하라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라며 항의했다. 신고를 받던 B 경사는 신고 내용상 폭행 상황은 종료된 점을 고려, 비(非)긴급 출동 지령인 코드 2를 발령했다. 학생 어머니가 신고하기 전 불안에 떨던 학생은 이미 아버지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상황실 지령을 받은 지구대는 오후 6시 35분 피해 학생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학생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인 오후 7시께는 학생과 아버지가 지구대를 방문,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경찰은 그 직후 PC방에서 CCTV를 확보하는 등 현장 조사를 했다.

학생은 이후 3주 진단을 받았고, 불안 증세 등을 호소했다.

지난 6일 학생 부모가 녹취록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자 그제야 상황실장(총경)이 신고 무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엄마에게 신고하라고 한 건) 잘못됐다. A 경위는 엄중 문책할 것이고,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철기자·일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