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을 안다는 것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

2017-01-16     경남일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그려 놓은 그림들이 많이 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고래를 잡으러 다녔다는 사실이 암각화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고래 사냥은 당시에도 몇 날 며칠이 걸리는 사냥이었을 것이다. 출항하기 전에 배, 그물, 작살 등 준비할 것이 많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날씨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았을까.

선사시대 그 원시인들은 아마도 날씨를 잘 예측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아니하고야 어찌 그 먼 바다에 며칠씩 배를 띄울 수 있었겠는가. 이처럼 인간이 약간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혜택으로 돌아온다. 통계적이든 직감이든 또는 과학적이든 앞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는 물론이고 삶과 죽음에 이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해가 바뀌면 많은 이들이 한 해의 신수를 본다. 사주팔자를 근거로 하는 역학 계통의 명리학으로 보든 접신을 통한 무속으로 보든 올해의 궁금함을 묻는다. 혹자는 미신이요 혹자는 통계학이요 하는 등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결국은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우리의 심리는 감출 수가 없다. 과학이든 역학이든 무속신앙이든 불안한 미래를 알게 되면 대처할 수 있는 준비의 마음가짐이 생기고 이에 따른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측의 정확성도 중요하지만 그 예측에 따른 올바른 선택도 중요하다. 내일 비올 것이 확실한데 마당에 고추를 말리고자 펼쳐 놓는 농부가 되느냐 혹은 논에 물길을 열어 물 받을 준비를 하는 농부가 되느냐는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올해 신수가 좋다고 손 놓고 마냥 기다리기만 하거나 나쁘다고 넋 놓고 한숨 쉬는 어리석음은 아니다. 좋다면 그 방향으로 매진하고 나쁘다면 그것은 피해 가면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운(運)과 명(命)이 정해져 있다면 그 길을 제대로 알고 어떤 운전으로 삶을 살 것인가는 하는 것은 다분히 우리의 판단이다. 수천 년 전 신석기 조상도 그리했는데 현대인인 우리가 그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