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 위로금, 당사자 모르게 지급

“합의 정당성 인정 받으려고 무리하게 지급” 비판

2017-01-18     김순철기자·일부연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피해 당사자 모르게 친척에게 위로금을 지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18일 화해·치유재단과 이 재단 설립을 허가하고 재단의 구체적 사업 계획을 승인한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단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복득(99·통영) 할머니를 위한 위로금을 지급했다.

재단은 김 할머니 명의로 개설된 통장으로 지난해 10월 4000만원, 11월 6000만원 총 1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김할머니는 이런 사실을 몰랐으며, 각종 정부 지원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평소 조카에게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은 김 할머니 생신을 앞두고 우연한 계기로 위로금 지급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통영거제시민모임이 김 할머니에게 확인한 결과 할머니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이와 관련, 통영거제시민모임 등은 이날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할머니와 문답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단이 사실상 조카에게 위로금 지급을 강행했다며 비판했다.

회견 참석 단체들은 재단이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위안부 피해자 측과 무리하게 접촉,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로금 전액은 조카 명의 계좌에 있는 것으로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파악했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지난해 6월 조카가 재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만나 위로금 수령과 관련한 합의를 진행, 7월에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는 내용도 조카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돌려줘야 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만큼 그 돈은 반드시 재단에 돌려줘야 한다”며 “조카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향후 법적 대응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카는 최근 애초 입장과 달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돈을 돌려주는 것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이와 관련, “합의서는 (건강이 안 좋은) 할머니 대신 조카가 대필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작성 시기와 나머지 사항들은 개인적 부분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재단은 앞서 ‘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를 상대로 위로금 1억원을 받으라고 회유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재단과 김태현 이사장은 피해자를 상대로 ‘1억원을 받으라’고 종용, 회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의미로 전달한 현금에 대해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수용 의사를 물어 그 결정에 따랐다”고 밝힌 바 있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생존 피해자 46명 가운데 31명에게 위로금 1억원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철기자·일부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