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울컥

2017-01-19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울컥



꽃은 피었다 지면 그만

차는 마시고 나면 그만이지만



삶의 이유는

담담 차 맛에 물드는 것처럼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이라 하시네



-황숙자(시인)



한 아름 소국을 앞두고 그 빛깔에 그 향기에 그만 ‘울컥’이라니. 서두에 넋두리마냥 쏟아낸 시인의 지난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러다 문득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시를 떠올려보며 결국은 사람에 물드는 일, 좋은 사람과의 인연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담담 차 맛에 물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백만매택(百萬買宅)이오, 천만매린(千萬買隣)’이란 말이 있다. 중국 고위관리 송계아가 정년퇴직을 대비해 살 집을 보러다니다 천백만금을 주고 여승진이라는 사람의 이웃집을 사게 되었다 한다. 이에 백만금의 집값을 천만금이나 더 주고 산 이유를 여승진이 묻자, ‘백만금은 집값이오, 천만금은 당신과 이웃이 되기 위해 지급한 값이오’라는 것이다./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