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의 뿌리, 경남일보
양강석 (청학 사랑방 지킴이)

2017-01-22     최창민
요즘 동창회 밴드를 열면 작금의 시국현황에 대한 개탄과 한숨이 뒤섞인 우울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며칠 전에는 동창회원들의 ‘동정코너’란에 올라온 글이 눈에 띄었다.

지역신문 발전위원회 위원장에 동창 친구인 김재봉 논설위원이 선임됐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문화일보 수석논설위원이자 전 언론중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체부 산하 제5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지역신문이라는 말은 지방신문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중앙지와 지방지로 구분되는 개념과는 다른 조직과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서울에서 발행하는 신문도 지역신문에 포함되는 것이다.

벌써 50년이 된 이야기이지만 고교 2학년 때 대학선배와 진학상담을 한 적이 있다. 선배는 ‘신문과 방송 분야의 취업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배의 조언에 따라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어느 날 ‘한국의 신문방송사’ 강의시간에 최준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수강생을 쭉 둘러보더니 ‘혹시 진주나 대구에서 온 학생이 있으면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갑작스런 교수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대학생이라 해도 시골에서 올라온 20대의 촌뜨기에다 여학생도 많아 부끄러워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학생이 손을 들고 나서야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 다음 말이었다. 당시 최교수님이 했던 말을 나는 잊지 못한다. 놀랍게도 교수님이 강조하신 말씀은 경남일보에 관해서였다. 그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못지않게 지역신문인 경남일보와 대구매일의 창간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애국지사 위암 장지연 선생의 한일합방을 통탄하는 ‘시일야방성대곡’의 글처럼 애국심을 강조한 논조의 신문 발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당시 시국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장지연선생은 100년 전 대구매일과 경남일보의 주필을 역임했다. 지역신문의 씨앗을 뿌린 언론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시대에 언론인들 특히 신임 지역신문발전위원장이 된 친구에게 현재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철학이 무엇인지를, 그 비전을, 위암 장지연선생에게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양강석 (청학 사랑방 지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