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本分)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7-01-25     경남일보
‘특검’활동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와중에 인격체로서의 본분을 새기게 하는 TV의 두 영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얼마전 ‘뇌물죄’로 구속영장 기각판결을 받고 구치소 문을 나오면서 그 회사직원에게 종이가방을 건네는 한 피의자 모습과 그 영장을 청구한 특별검사가 차에서 내리면서 차문을 닫는 시늉조차 없이 이동했던 모습이 그것이다.

▶세계적 굴지기업의 사실상 총수인 그 피의자가 불과 몇 m의 승용차까지 이동해 속옷이나 세면용품 등이 담긴 것을 직원에게 맡겨야 했는지, 특별검사가 너무나 당연한 듯 자기가 타고 온 차에 손도 대지 않고 ‘휑’하게 내리는 장면을 보고 인간적 씁쓸함이 파고든다.

▶상황의 특수성, 그분들이 가졌을 황급한 연유 등이 항변으로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사물(私物)인 가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직원의 직분이 그것이었는지, 특별검사의 차문을 열고 닫아주는 일이 그 방호원 직무의 일부분인지에 대한 회의가 크다. 본령이 아닌 지엽적인 일이며 그러한 일들이 그 사람들의 고유직무라고 치부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없고, 사람아래 사람없다는 인권의 기초를 연상케 한다. 사람의 본분을 알면 다른 사람에게 신(神)이 된다는 그리스 격언을 우습게 만든 단면이다. 비단 그 피의자나 특별검사만의 행태가 아니다. 이른바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인본적 본분을 더 충실히 성찰했으면 좋겠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