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동각(幻魂動覺)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

2017-01-30     경남일보
명리학에 환혼동각(幻魂動覺)이라는 이론이 있다.연월일시로 인간의 운명을 판단하는 사주팔자에 있어서 같은 날 같은 시에 때어난 사람들이 어찌 삶이 서로 다르냐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종종 인용되는 이론이다.

환(幻)이란 인간으로 태어나야 비로소 운명이 시작된다는 것이요, 혼(魂)이란 어떠한 부모 아래 태어났는지, 즉 집안내력이자 조상의 덕을 보는 것이다. 덕을 많이 쌓은 조상을 둔 집안은 후손이 복을 받고 그렇지 못한 집안은 비록 사주팔자를 잘 타고 태어났다 해도 제대로 된 복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며, 동(動)이란 지리적 환경을 말하는 것으로 바다 근처에 태어났는지 산속에서 태어났는지 또는 한국인지 북한인지 선진국 미국인지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나라가 어떠한 나라인가도 인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覺)은 개개인의 깨달음을 말하는 것으로 그 사람의 가치관과 지혜의 정도가 운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설 명절을 보내면서 주위 분들을 만나보니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어려운 경기에 삶이 팍팍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여기에 정치적인 혼란이 더해지니 경기 호조의 기대를 저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IMF때 개인의 그 어떠한 노력도 국가의 부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실감했다. 개인이 잘 살고자 최선을 다해도 국가와 개인은 별개로 할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음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지금도 올바른 지도자 없이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아무리 수고를 해봐야 나라 경기의 침체라는 벽 앞에선 좌절을 한다. 앞서 말한 세 번째 동(動)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이럴려고 이 나라에서 태어났나 자괴감 들어”라는 인터넷 우스갯말이 그냥 흘려 들리는 게 아니다. 아무쪼록 환(幻)과 혼(魂)이 선대의 몫이라면 동(動)과 각(覺)은 지금의 몫이 될 수 있을 터이니 개인의 노력이 운명을 바꿀 수 있도록 동(動)의 조건인 나라가 제대로 길을 펴줬으면 좋겠다.



조문실(창원시 마산학원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