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담배골목’ 무관심에 원래대로

2년 전 환경개선 반짝효과 지나고 또 일탈장소

2017-02-05     정희성
진주시 대안동 ‘차 없는 거리’ 인근에 있는 한 골목길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때 ‘담배골목’으로 유명했다.

이 곳은 좁은 골목에 불법 주차된 차들이 시야를 가려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청소년들은 교복을 입은 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웠고 밤이 되면 더한 일탈 행위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골목길 인근에 위치한 병원과 상인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15년 3월 진주경찰서와 진주시는 담배골목을 안전골목으로 만들기 위해 ‘셉테드(CPTED·범죄예방 환경디자인)’ 개념을 활용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벽면에는 벽화를 그려 분위기를 바꿨고 차량 주정차를 막아 사각지대를 없앴다. 또 방범등과 CCTV도 설치했다. 이후 담배골목은 새로운 거리로 탈바꿈했다. 주변 상인들이 먼저 반겼고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사진을 함께 찍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그해 6월에는 백승엽 당시 경남지방경찰청장도 이곳을 방문해 달라진 환경을 점검하기도 했다.

하지만 1년 11개월이 지난 현재, 안전골목은 다시 담배골목으로 돌아가 이른바 ‘말짱 도루묵’이 돼 버렸다.

5일 찾은 골목길은 희미해진 벽화 아래로 담배꽁초 수십 개비가 버려져 있었고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골목 구석구석엔 담뱃갑과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찼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이름만 안전골목일 뿐, 청소년 흡연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상인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이 수십여명이 되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니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자체와 경찰, 교육청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수시로 단속을 해 줬으면 좋겠다. 또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가게도 추적해 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