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 짓기
정삼조 (시인)

2017-02-06     경남일보
설을 맞아 지신밟기가 한창이다. 도시 지역에서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지만 아직도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는 한 해의 복을 빌고 액을 쫓는 이 행사가 이맘때의 큰 구경거리이자 위안거리로 등장한다. 여러 명이 어울려 크게 소리를 울리고 마당을 뛰고 구름으로써 집 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땅 속의 나쁜 귀신은 꾹꾹 눌러 밟는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무지(無知)의 소산이나 버려야 할 폐습으로 치부하고 미신이라 비난하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정월대보름까지의 이 행사야말로 우리 전통사회가 가진 미덕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우선 마을단위의 지신밟기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굿패의 구성원은 그 마을 사람이다. 마을 사람 중 기예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그 굿패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기예는 대체로 부모에게서 물려받기 십상인데, 때로는 이웃의 어르신을 스승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을 법하다.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동네마다 굿패들의 구성이나 기예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마을의 오롯한 전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굿패를 불러서 자기 집의 지신을 밟히는 사람 역시 마을 사람이다. 집집마다 빠짐없이 액운을 쫓음으로써 마을 전제의 안녕과 자기 집의 평안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지신밟기의 결정판은 마을 단위의 달집태우기 행사이다. 그 해의 지신밟기는 여기에 이르러 정점을 찍고 마감하게 되는 것인데 마을의 모든 액을 모아 큰 불로 태워 없애는 것이다. 탈놀음을 놀고 난 후 그 탈을 대보름날 밤에 태우는 풍습도 비슷한 맥일 것이다. 게다가 이 굿패의 운영비는 집집마다 추렴한 성의로 충당된다. 당연히 집안 형편에 따라 그 성의는 차등이 있게 마련이고 이 돈은 마을의 일을 위해 공평하게 쓰인다.

스스로 나서서 마을 사람들의 복을 빌어주고 액을 몰아내 주는 이 행사로 말미암아 마을 사람 모두는 복을 짓게 된다. 서로 복을 빌어주고 덕담을 나누는 속에 마음이 절로 후덕해지는 것이다. 남의 복을 빌어 주는 것이야말로 복을 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복(福)도 농사짓듯이 지어 그 수확물을 서로 나누는 일이 이 정월대보름 전의 지신밟기 행사가 아닌가 한다.


정삼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