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과 꽃길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2017-02-14 경남일보
작년에 매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타임캡슐이었다. 학생들과 1년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써서 원통박스에 넣은 후 비닐로 여러겹 싸서 묻었다. 학생들은 내년에 대학생이 돼 있을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썼던 것 같고, 나는 아이들이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며 기뻐하는 내 모습을 꿈꾸며 편지를 썼다. 우리는 1년 후의 ‘우리’의 모습을 꿈꾸며, 또 그것을 흙으로 덮으며 행복했던 것 같다.
몇 주 전 경일춘추 글에서 졸업식 이야기를 썼었는데, 그 타임캡슐은 그날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 타임캡슐을 열어서 편지를 보는 순간을 부모님들도 함께하셨는데, 야속하게도 1년간의 세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빗물에 젖고 훼손되어서 글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결국은 다 버리게 됐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으니 어쨌든 그 타임캡슐은 우리가 그렸던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마니또하기, 모히또 만들어 먹기, 분수 폭죽 터트리기, 자신의 소중한 물건 나누기 등 여러 가지 소소한 이벤트를 많이 했는데, 돌이켜보면 학생들이 참 많이 행복해 했던 것 같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내 안에 열정과 사랑이 얼마나 있는지는 학생들이 제일 잘 알고, 또 많은 학생들은 그러한 것에 보답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10월 10일 나의 생일에 아이들이 해준 소소한 이벤트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구했는지 아이들이 아침 출근길에(학교 사택부터 교정까지) 꽃길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 꽃들 하나하나에는 아이들이 손수 적은 편지가 꼽혀 있었다. 어쩌면 학생들이 3년 동안 찾아가는 ‘꿈길’을 함께 찾고 걸어가 주는 것이 교사로서 나의 인생의 제일 고귀한 ‘꽃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