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가짜뉴스

이홍구(창원총국장)

2017-02-19     이홍구
“당신네 뉴스는 가짜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맘에 들지 않는 매체 기자들을 향해 던진 일갈이다. 지난 16일 백악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75분 동안 언론과의 전쟁을 방불케하는 공격적인 회견을 이어갔다. 뉴욕타임스와 ABC, CNN 등 5개 언론사를 ‘미국인들의 적’ 이라고 몰아세우고 주류 언론을 믿지 말라고 비판했다.

▶미국 주류언론의 트럼프에 대한 적대감도 뿌리깊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주류언론은 힐러리를 지지하고 트럼프와 날을 세웠다. 일부 언론이 의도적으로 힐러리 유세는 크게 보도하고, 트럼프 유세는 축소한 인터넷 동영상이 나돌기도 했다.

▶트럼프로선 이런 언론과의 갈등을 오히려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그의 언론 때리기로 지지자들은 더욱 결속하고 있다. 폭스 뉴스 조사결과 미국인 10명 가운데 7명은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비판한다’고 답했다.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40%에 불과하지만 언론에 대한 미국민의 신뢰도도 39%로 동반하락하고 있다.

▶트럼프에 의해 촉발된 ‘가짜뉴스’ 논란은 한국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탄핵정국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언론의 오보와 선동, 편향은 오히려 반대세력의 정당성을 강화시켰다. 언론이 공정한 심판이 아니라 직접 선수가 되어 경기에 뛰어든다면 그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홍구(창원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