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배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2017-02-20     경남일보

교육에서 가장 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교사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나도 그게 무엇인가 많은 시간 고민했고,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초임시절엔 아이들에게 잘해주는 것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학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했고, 그것이 교사로서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중점을 두다보니 어느새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교사인가에 연연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고, 그것이 교육에서 비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그 이후에는 능력 있는 교사에 집착했던 것 같다. 수능 점수를 올려주고, 좋은 대학에 붙여주는 것,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됐고, 실제로 그런 부분에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나는 조금은 괜찮은(?) 교사가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점수, 좋은 대학이라는 것이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정작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부차적인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게 하기 위한 나름의 신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자문해 보았고, 그것은 양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옥시 측에서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대한 배려와 양심이 있었다면 이렇게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틈날 때마다 선생님이 1년간 하는 이야기를 다 잊더라도 양심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 늘상 이야기했던 것은 꼭 가슴속에 간직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진부한 교훈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가장 기본이고, 그것이 갖춰져야 우리 사회의 가슴 아픈 일들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리산고등학교 같이 작은 학교에서 이러한 양심과 배려교육이 얼마나 사회에 유의미하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이 내게 있어 더 많은 사람이 겪을 가슴 아픈 일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는 최선의 소임이고 우선순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