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마구잡이 ‘예산칼질’, 제대로 따져보기는 했나

2017-02-22     경남일보
지방의회가 정확한 예산심사를 통해 혹시 선심성이나 낭비가 되는 예산항목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책무와 권한이 주어졌음에도 이를 방기한다면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리는 행위다. 하나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을 무조건적으로 삭감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주시의회가 지난해 올 예산을 심사 때 예년에 볼 수 없는 93억원이란 엄청난 예산을 삭감한 후 관련단체와 시민들의 항의집회, 항의방문 등 후유증이 심하다.

지난 21일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 소속 시의원 5명은 진주수영장 내 보일러 노후화 등에 대한 시의 업무보고를 받고 가동상태 등을 확인하려고 방문했으나 수영장 입구에서 이용객 50여명이 시의원들의 발길을 막아섰다. 진주시의회가 노후 보일러 교체와 수온 조절용 냉각기 설치예산 2억원을 삭감한데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달 3일은 진주시 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원 5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비 2000만원을 이유도 없이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내동면 음식물매립장 주변지역 주민지원협의회 100여명도 시의회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음식물처리장 협잡물처리기 설치사업비를 삭감했다”고 비난했다. 또 반려동물애호가연대 회원, 수출기업체 협의회, 여성경제인 연합회 등 시민단체도 시의회를 찾아 예산삭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시의회가 서민예산의 ‘마구잡이 칼질’에 앞서 제대로 따져보기는 했나는 것이다. 목적과 쓰임새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칼부터 들이댄 것은 시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집행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삭감하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다. 올 예산삭감 금액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시의회는 스스로 추경대안을 제시, 결자해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