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창] 아름다운 풍경

박도준(편집부장)

2017-02-21     박도준


모처럼 버스를 탔다.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차가 한참 출발하지 않고 있어 고개를 들어보니 한 할머니가 힘겹게 자리에 앉고 있었다. 할머니의 안전한 착석을 확인한 기사는 그제야 출발했다. 버스기사의 기다림이 아름답다.

할머니의 구부정한 저 작은 체구에서 굴곡진 삶이 느껴진다. 굽은 허리와 주름살 가득한 얼굴, 그리고 거친 손바닥에서 그려지는 얼굴,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헐벗고 굶주린 시대에 태어나 자식 낳고 뼈 빠지게 키우고 풍요의 시대를 마련해준 사람, 노후생활은 준비도 못해 가진 것 없이 소풍을 떠날 시간만 기다리는 어머니. 축 처진 저 가느린 어깨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박도준(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