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서 개인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

서울이비인후과 정태기 원장....실내·개인 국내 첫 사례

2017-02-27     박준언


김해 한 병원 원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실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주인공은 김해시 내동에서 서울이비인후과의원을 운영하는 정태기(57) 원장. 그는 27일 자신이 진료하는 병원 안내데스크 맞은편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발머리 소녀 전신상을 설치했다. 전국 60여 곳에 건립된 소녀상 중 실내에 세운 것은 처음이다. 정 원장은 건립동기에 대해 “스스로 용서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와 운동 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동안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12월 14일 1000번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소식을 듣고 소녀상 건립을 결심했다.

소녀상 건립비 1300만원은 정 원장이 전액 부담했다.

정 원장은 “건립비용은 4000만∼5000만원이 필요한데 지역에서 활동하는 변재봉 작가가 재료비만 받고 나머지는 재능기부를했다”고 말했다. 소녀상 설치 소식이 알려지자 성금도 모였다. 정 원장은 모인 성금을 모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는 단체에기부하기로 했다.

병원에 설치된 소녀상은 전신상인데도 정작 의자가 없는 다소 특이한 모습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소녀의 꽉 쥔 오른손은 분노를, 편 왼손은 용서와 화해를 각각 의미한다.

정 원장은 “나라가 힘을 잃으면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피해를 본다”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겪는다는 점을 가까운 이웃들에게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병원 안에 설치한 소녀상 자체는 아무런 정치성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병원을 찾은 이들이 아픈 우리 역사를 잊지 말고 함께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준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