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의 말숲산책] 입맛 ‘당기고’, 불을 ‘댕기고’

2017-02-19     허훈
헷갈려 혼용하기 쉬운 낱말 가운데 ‘당기다’와 ‘댕기다’ 그리고 ‘땅기다’가 있다. ‘당기다’를 쓸 자리에 ‘댕기다’나 ‘땅기다’로 잘못 쓰거나 ‘댕기다’나 ‘땅기다’를 쓸 자리에 ‘당기다’로 틀리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뜻을 알면 잘못 혼동해 쓰는 일이 없다. ‘당기다’는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 ‘입맛이 돋우어지다’의 뜻이다. ‘마음이 당기다/나는 그 얘기를 듣고 호기심이 당겼다/입맛이 당기는 계절/식욕이 당기다’와 같이 쓴다.

‘댕기다’는 ‘불이 옮아 붙다. 또는 불이 옮아 붙게 하다’의 뜻이다. ‘그의 마음에 불이 댕겼다/바싹 마른 나무가 불이 잘 댕긴다/담배에 불을 댕기다/그의 초라한 모습이 내 호기심에 불을 댕겼다’와 같이 쓴다. 그리고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의 뜻이다. ‘얼굴이 땅기다/상처가 땅기다/한참을 웃었더니 수술한 자리가 땅겼다’처럼 쓰인다. 특히 ‘당기다’와 ‘댕기다’의 쓰임에 혼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오용 사례를 든다. “만약에 이들이 공천 불투명으로 탈당할 경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척결할 수 있으므로 입맛이 ‘댕기는’ 묘책이다.(→당기는)/통합의 도화선에 불이 ‘당겨졌다’.(→댕겨졌다), 최우식 ‘옥탑방 왕세자’ 캐스팅 ‘꽃미남 신드롬에 불을 당기다’(→댕기다)/한나절 내내 걷기만 한 탓으로 종아리가 ‘당기고’ 허벅지도 뻐근했다.(→땅기고)” 그렇다면 “사나이 가슴에 불을 ‘당긴다’일까, ‘댕긴다’일까.’ 자칫 잘못 쓰기 쉬운 말이다.

허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