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현대식 일상

2017-03-02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현대식 일상



평길에서나

눈길에서나

눈길 줄 여력이 없다

너는 너 나는 나

-김종태



길 위를 가는 동안 늘 숨이 가쁘다.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맞이하고, 어쩌면 현대인의 정신적 주소인지도 모른다. 정보와 물질의 풍요 속에서 개개인의 고독함은 점점 쌓여가고 결국에는 영혼의 빈곤함에 이르러 탈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독일의 신학자 ‘찡크’가 진단한 현대인은 이렇다. 노후대책으로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희귀병에 걸린 현대인. 행복 찾아 헤매다 가까이 두고도 일찍 지쳐버리는 현대인. 나누면 행복이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현대인. 시간을 내지 못하여 여행의 기회를 놓치는 중병에 걸린 현대인 등등. 그렇다. 서로에게 조금도 관심 없는, 눈길조차 건네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한 편의 디카시가 현대인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