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시내버스 개편 문제, 공정과 정의의 잣대로 풀어야
강길선(진주시의원)

2017-03-08     경남일보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열병을 앓고 있다. 이번 특검으로 드러난 것만 해도 이들의 재산이 2700여억원에 달하고 재벌의 경영승계를 돕는 대가로 400억원 넘게 돈을 받았다고 한다. 더 슬픈 것은 그 과정에서 국민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국민연금이 1388억원의 손해를 보았다고 하니, 이들은 나랏돈은 참으로 쉬운 돈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횡포가 가능했던 배경에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오히려 협조했던 고위 공직자들과 관료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 공무원 스스로가 보다 공정하고 엄정한 잣대로 나랏돈이 함부로 쓰이지 않도록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할 것이다.

작금에 진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내버스 체제개편과 관련한 갈등들은 또다시 시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주시와 한 버스사가 갈등을 빚는 사이 피해를 보는 것은 순전히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진주시가 인구증가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서 2015년에 완료된 시내버스 체제개편안이 무색해지고 말았고, 2016년 4월에 운수업체 4사가 합의한 내용도 헌 짚신짝처럼 버려지고 말았다.

온 국가의 부채가 5000조가 넘는다는 경상남도청의 말처럼 지금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한 푼의 돈이라도 허투루 쓸 수가 없으며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복지분야 예산마련으로도 온 나라와 지방정부가 허덕이는 상황에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무조건 진주시에게 양보를 하라고 한다면 또다시 나랏돈은 쉬운 돈이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없다.

더군다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합리적인 경영과 고통분담으로 건실한 경영을 이뤄 지역의 경제활력을 불어넣는 기업에 상을 못 줄지언정 경영실패로 적자와 빚에 허덕이는 기업에게 나랏돈으로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만 하면 그 누가 이 어려운 경제를 노력으로 돌파하려고 하겠나. 이 나라 재벌들도 정경유착으로 쉬운 길을 가려고 하는 바람에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는데, 진주에서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찢어 놓을 수는 없다.

대화와 상생, 양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온 국민의 소득이 줄어들고 생활비마저 아끼며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 이 마당에 목소리 크게 내고 몸으로 위협한다고 해서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에게 나랏돈으로 혜택을 베푼다면, 그것은 공정과 정의라는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시대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자신들의 경영악화를 나랏돈으로 만회하려고 하고 기업의 운영 잘못을 시민의 혈세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며, 불편은 불편대로 감수해야 하는가.

원만한 대화와 타협으로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이러한 선의가 책임지지 않으면서 나랏돈을 우습게 생각하는 악의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은 정말로 보고 싶지 않다. 이는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불편을 끼치는 동시에 오랫동안 시민편의를 위해 땀 흘려 노력했던 바른 기업들의 선의도 짓밟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라는 시대적 가치를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이 스스로 드높이고 있는 때다. 다수 시민의 눈높이로 공정하고 정의롭게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
 
강길선(진주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