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불신 반영, 한해 사교육비가 18조원이라니

2017-03-15     경남일보
교육부와 통계청이 공동조사해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가 왜 ‘사교육 공화국’인지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심각한 지경을 넘어선 지 오래다. 국내 사교육비 총규모는 18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경남은 경기,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1조97억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도내 각 학교별은 초등학교 4547억원, 중학교 2646억원, 고등학교 2903억원으로 초등학생 학부모가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1인당 월 평균 20만9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구당 사교육비는 급증했다. 교육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강조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 편법과 탈법으로 사교육비 고액화를 조장하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효율적 규제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내 아이가 학교수업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학원 과외 한번 없이 대학 갈 수 있을까라는 학부모들의 의구심도 그동안의 교육정책이 현실감이 떨어지고 믿기지 않아서다.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것은 공교육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해서이다. 공교육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들고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압도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계속됐다. 공교육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사교육비를 결코 줄일 수 없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서 사교육 문제의 근본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가뜩이나 소득의 양극화로 절망하고 있는 저소득 소외계층이 겪는 자녀교육에 대한 좌절감이 사회문제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 공교육 불신을 반영, 한 해 사교육비가 18조원이라는 사실을 역대 정부가 몰랐을 리 없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지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공교육 강화책은 안이하고 성급한 발상으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대선주자들은 사교육비 고통을 줄이는 공약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