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그림자에게

2017-03-15     경남일보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니?

이리 볕 좋은 날에.

-김인애(시인)



그래도 감사, 그래서 감사, 그러니까 감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 보면 어느새 면역이 생겨 그 어떤 그림자에도 끄떡 않게 되겠지요. 끝까지 견디며 버티다 보면 말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달라붙는 저 어두운 그림자의 정체가 뭘까요. 생각해보니 삶 전체에서 한 번도 나를 떠나지 않아 늘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나보다 한발 앞서 나를 끌고 다닌 적도 절반이 넘습니다. 저 어린 눈망울이 너무 일찍 그림자를 발견한 것 같아 가슴이 착잡해 옵니다.

박성우 시인의 ‘걱정 마’라는 시 한 편을 슬그머니 건네 보겠습니다. “걱정 마./걱정 말고 힘내./네가 그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네가 지금 밝은 곳에 있다는 증거이니까.”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