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 살 난폭이 여든 간다
한대우(김해서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2017-03-07     경남일보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했다. 운전경력 세 살 무렵이던 그 시절 초보운전자들은 남을 배려하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식의 운전을 배웠다. 이렇게 운전을 배운 운전자가 초급를 넘어 중급의 운전자가 되고 나면 슬슬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내 차 앞으로 초보운전자 딱지를 붙인 자동차가 깜빡이를 켜고 어정쩡하게 끼어 들려고 하면 가속 페달을 확 밟아 한 치의 빈틈도 용인하지 않는다.

또 내 차를 앞질러가는 차량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운전자도 있다. 관중도 시상도 없는 혼자만의 랠리가 시작된다. 그 시절 우리들은 운전을 잘못 배웠다. 초보운전 시절에 도로 위의 무자격 난폭운전 강사에게 가르침을 배웠던 사람이 여든의 운전자가 되면 배려와 양보가 없는 무자격 난폭운전 강사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만이 계속될 뿐이다. 이 같은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나부터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타이기(利他利己)’, 타인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고 했다. 양보와 배려는 타인을 즐겁게 하고 곧 나를 즐겁게 한다. 아이들이 길을 나설 때면 ‘차 조심하고, 잘 다녀 오거라’라고 당부하고, 자식들은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화답한다. 내 아이들이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경찰청에서는 교통안전선, 질서유지선, 배려양보선을 잘 지키자는 의미에서 ‘in-Line’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운전의 기본인 선을 잘 지키면서 안전하게 운행한다면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내 아이의 약속은 충분히 지켜 줄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과 내 아이의 안전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경찰은 지난 7일부터 오는 5월17일까지 100일간 생활반칙, 교통반칙, 사이버 반칙 등 3대 반칙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교통반칙의 경우 음주운전, 대형사고의 우려가 있는 고속도로 난폭운전, 끼어들기, 교차로 꼬리물기 등 얌체운전을 집중적으로 강력 단속할 계획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보호장구 착용을 먼저 가르쳐야 하듯, 나부터 양보와 배려의 본보기 운전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대우(김해서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