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체육교육론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2017-03-27     경남일보
지난 13일 진주교육지원청 관내 유·초·중·고 학교장 회의에서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들의 자기소개가 있었다. 한 초등학교 여 교장선생님께서 “우리학교는 3학급에 교원 4명과 학생 6명이 공부하는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학교입니다”라고 소개하셨는데, ‘참 좋겠다’라고 여기면서도 ‘저 아이들은 축구시합 한 번 못하고 졸업하겠구나’하는 안타까움도 없지 않았다. 학생 수가 적으면 개별화교육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단체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고, 특히 체육교육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전인교육을 얘기할 때 지덕체(智德體)를 거론한다. 지혜와 덕성 그리고 체육이다. 이 체육은 ‘인간의 신체활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완성된 인격을 만들려는 교육적 작용’으로 서양교육의 근간이 되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빠지지 않은 과목이었다. 전통적 동양교육의 핵심인 육예(六藝), 즉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의 여섯 가지 과목 중 ‘사(射)’도 요즘의 체육교과였다.

체육학자들은 체육을 ‘신체활동의 잠재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주어 인격 완성을 이루어보려는 것’으로 보아 운동과 구별 짓지만, 일반적으로 동일시하는 이 체육의 효용은 참으로 큰데, 체력향상을 통한 건강관리와 단체 적응력, 끈기와 신체표현 능력 향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기 규칙을 지키면서 길러지는 ‘신사도’ 배양이 제일일 것이다. 그래서 운동 좋아하는 사람 중에 신사 아닌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경기가 그러하지만, 육상 선수들은 트랙에서 자신의 라인을 벗어나서는 안 되고, 지름 7.23cm의 공으로 공수를 9번 번갈아가며 펼치는 야구경기는 9회말 2사 후에도 희망이 없지 않지만, 후발주자는 아무리 빨라도 선행주자를 앞지를 수 없다. 한 세트에서 25점을 획득해야하는 배구경기도 0:24로 뒤지고 있어도 역전의 가능성이 있지만, 네트를 건드리기만 해도 실점하는 엄격한 룰이 있다. 얼마나 멋진가.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는 주당 3시간, 중학교는 2.6시간, 고등학교는 1.6시간이다. 너무 적다. 중학교에서는 선택시간에서, 고등학교는 자율과정을 통해 체육시간을 늘려야 한다. 인성교육을 함양해 신사도를 배양하는데 체육만한 것이 없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