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사랑

2017-04-06     경남일보



꽃이 웃는다

나도 웃는다

수목장 나무 아래

당신도 봄날 환한 햇살로

웃고 있다

-최춘희(시인)



‘사랑의 신탁(神託)’이다. 아니 ‘불사신’이다. 이는 둘 다 민들레의 꽃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저 노랑의 무덤 앞에서 환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물을 대하는 순간 인식되어지는 무엇으로 하여금 내가 웃게 된다면 그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했던) 까닭이겠다. 보아라. 계절의 반복 속에서 소멸과 재탄생을 거듭한 민들레 한 무더기 소용돌이치고 있다. 당신의 생전이 저리 환했으므로 아니, 어쩌면 당신으로 하여금 지금 내가 이리 환한 건 아닐까. 한시도 잊은 적 없는 당신을 더듬으며 따라 웃게 되는 것 아닐까.

꽃의 감정을 읽어내며 돌아서는 시인의 눈가로 분명 물길 하나가 스쳤으리라. 민들레의 곁이 되어주는 한그루 나무 아래, 저장된 그리움이 어찌나 선명한지 말이다. 끝내 지워지지 않은 …./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